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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고질병 외환시장

wntls 2009. 11. 2. 00:18

한국경제 고질병 외환시장
달러 유출입따라 위기반복…개혁 서둘러야
한ㆍ미통화스왑 종료 대비를

"환율 효과가 없었다면 최근 삼성전자 실적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이 아닌 최악 적자였을 것이다. 수출 기업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은 환율 착시효과다."(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우리나라는 자본 개방도가 높고 외국인들이 주식 채권에 관심이 높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서 최우량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에 따른)정책적 제약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이성태 한은 총재)

글로벌 경제위기가 1년이 지났는데도 외환과 환율이 실물을 포함한 한국 경제 전체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기업 실적과 통화정책, 나아가 경제 성장마저 환율의 종속변수가 돼가고 있다. 마치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위기 초기에는 외화 `돈가뭄`이 문제였다면 최근에는 급격한 자본 유출입에 따른 금융시스템 혼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보다 금리가 낮은 미국에서 조달한 달러가 대거 유입돼 환율 하락을 압박하고 단기외채를 늘리기 때문이다.

최근 한은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금융회사 외화 순차입액은 50억달러를 넘어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8월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7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이 가운데 절반이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이 차입한 것인데 위기 이후 디레버리징에 나섰던 외은 지점들이 1년 만에 다시 외화 차입에 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는 아직 호주나 브라질 등에 비해 금리가 낮지만 향후 실물경제 성장과 금리 인상이 본격화했을 때 급격한 자본 유입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서히 유입된 달러자금은 미국 금리 인상이나 달러 강세와 같은 전환점에 한꺼번에 빠져나가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외환시장 규모가 작고 환율 변동성이 커 외환 부문 충격에 유난히 민감하다.

결국 반복되는 위기요인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외환제도 개혁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자본 유출입 시 일정 수준 규제를 가하는 것에서부터 환율 결정 체계 개선까지 외환당국이 가능한 모든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은 한국이 미국과 통화스왑을 맺으며 위기 탈출에 성공한 1주년이다.

당시 계약이 체결됐다는 소식만으로도 시장은 급속도로 안정됐다. 단기간에 환율 급등세가 멈추고, 유동성 위기를 불식하는 가시적 효과를 거뒀다. 하루 만에 한국 증시 코스피는 사상 최대 상승률(11.95%)을 기록했고 원화 값도 하루 만에 177원 급등했다.

하지만 상황은 또다시 유동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한ㆍ미 통화스왑 계약이 종료되는 내년 2월 1일 이후를 걱정하고 있다.

국내에선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최근 미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출구전략에는 통화스왑에 대한 대책이 늘 포함돼 있다. 제로 금리 체제하에 양적 완화책을 펼쳤던 미국이 금리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일단 위기 시에 급격히 늘어났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자산을 줄여야 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

FRB 자산을 줄이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그동안 인수했던 부실 금융회사 채권을 시장에 재매각하고 외국 중앙은행과 맺은 통화스왑을 줄여야 한다. 이때 어느 나라와 계약을 종결하고 어느 나라와 계약을 연장할 것인지 아니면 통화스왑 규모를 축소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 결과에 따라 국내외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외환시장을 개혁하겠다는 `시스템 경쟁`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이미 점화된 상태다. 그러나 국내에선 개혁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외은 지점과 본점 간 달러 거래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당국은 `불가` 방침이다. 아직 위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외은 지점의 유동성 공급 기능을 위축시킬 수 없다는 논리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은 환율 변동성이 너무 크다고 아우성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실시한 환율 전망 조사에선 기업 환율 담당자들이 내년 2분기 말 달러당 1118원으로 예상해 금융회사 애널리스트(평균 1134원)보다 보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옥 전경련 금융조세팀장은 "기업들은 환율 일일 변동성이 너무 커 자금부서에서 대응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며 "투기세력 차단과 같은 외환시장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박만원 기자 / 한예경 기자]

달러 유출입에 위기반복 `한국경제 고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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