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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수익률 1만4000% '전설의 펀드매니저' 볼튼 인터뷰

wntls 2011. 4. 24. 13:44

누적수익률 1만4000% '전설의 펀드매니저' 볼튼 인터뷰

  • 홍콩=김남희 기자
입력 : 2011.04.22 10:10 / 수정 : 2011.04.22 11:02

"중국 주식 여전히 싸… 소비주·서비스 업종 주목"

‘전설의 펀드매니저’는 중국에 푹 빠져 있었다. 1979년부터 28년간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대표 펀드인 ‘글로벌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를 운용하며 1만4000%라는 경이적인 누적수익률을 올린 앤서니 볼튼(Bolton).

영국에서 투자 대가로 이름을 날린 볼튼은 2007년 말 펀드 운용에서 손을 떼고 경영직으로 물러났다. 후배 펀드매니저들의 멘토로 활동하다 2년 후 홍콩을 방문한 그는 중국의 엄청난 성장 가능성을 눈으로 확인하고 현업에 복귀했다. 투자부문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한 그는 중국 투자에 전념하기 위해 작년에 아예 가족과 함께 홍콩에 둥지를 틀었다. 그의 나이 예순 때다.

“사람들이 내가 은퇴했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은퇴하려고 하다가 2009년 가을 홍콩을 찾았는데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굉장한 흥분을 느꼈다.”

지난 18일 홍콩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볼튼은 홍콩에서의 생활과 중국 시장의 잠재력에 대해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2004년부터 주로 중국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오랜 기간 쌓아온 경험과 중국에 대해 나보다 상세한 정보를 가진 현지 팀의 능력을 결합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는 어느새 중국통이 되어 있었다.

◆ ‘전설의 펀드매니저’ 중국에 홀리다

미국과 맞먹는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볼튼은 중국 펀드 팀과 함께 ‘피델리티차이나시추에이션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지금 중국 증시를 사도 될지 물었다. 최근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외국계 대형 투자은행 여섯 곳이 일제히 중국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상향 조정하거나 투자 비중을 늘렸기 때문이다.

“올해 초에 자금이 신흥국에서 빠져나와 선진국으로 흘러들어 갔을 때처럼 중국 증시는 단기적으로 후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성장을 중시하는 투자자라면 어느 정도 중국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한다. 정확한 매수 타이밍을 말해 줄 수는 없지만 중국 증시는 여전히 싼 편이기 때문에 투자를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낫다.”

그는 특히 중국 경제가 수출 중심에서 내수 위주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향후 10년간 경제 성장을 주도할 소비주와 서비스 업종에 주목하라고 했다. “중국이 세계의 제조 공장이던 시절은 이제 막을 내리고 있다. 제12차 5개년 계획도 개인의 소비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국 투자에 관심을 가진 투자자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중국 정부의 지속적인 긴축 여부다. 인민은행은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를 관리하기 위해 올해 기준금리와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속속 올렸다. 이에 대해 볼튼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중국의 통화 긴축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투자자들은 이미 통화 긴축 이후를 고민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

피해야 할 업종으로는 부동산 개발업체와 중국 본토 은행을 꼽았다. 그는 “중국 정부가 그동안 취해왔던 조치들 때문에 부동산은 가장 험난한 투자 업종 중 하나”라며 “부동산 개발업체보다는 부동산 투자회사를, 본토 은행보다는 홍콩 은행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가 예상하는 중국의 10년 후는 어떤 모습일까. “이제 내수 성장이 가속화되는 초기 단계이다. 중국 경제는 스위트스팟(야구 배트에서 공을 치기에 가장 이상적인 부분)에 접어들고 있다. 10년 후 세계 경제에는 아주 큰 변화가 있을 것이고 그 중심에 중국이 서 있을 것이다. 2020년에 위안화는 미국 달러화와 맞먹는 국제 기축통화가 될 것이다. 걱정되는 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국이 사회통합을 제대로 이룰 수 있느냐이다. 새롭게 등장한 중산층은 어느 순간이 되면 더 많은 자유를 원하게 된다. 중국 당국이 이런 중산층의 요구를 제대로 충족시킬 수 있을지가 중국이 직면한 중장기적 과제다.”

◆ 원유ㆍ귀금속 빼곤 원자재 호황은 잊어라

중국에 대한 집착 때문인지 그는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올해 코스피 지수가 여러 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말하자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피델리티의 한국팀이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한국 증시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했다. 이 때 인터뷰에 함께 참석한 레이먼드 마 중국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거들었다. “요즘 중국에서 매출의 70%를 올리는 한국 기업들도 있는데 이 기업들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볼튼은 원자재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펼쳤다.

“원자재는 광범위한 분야라 귀금속이나 곡물, 원유 등 종류별로 성격이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올해 세계, 특히 선진국의 경제 성장률이 높지 않고 중국 경제 성장률도 작년보다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원자재 수요가 예상만큼 많지 않을 것이다. 올해는 별로 원자재 시장이 유망하지 않다. 상장을 계획 중인 글렌코어(세계 최대 원자재 트레이딩 기업)라는 회사를 아는가? 원자재 회사들은 가격이 낮을 때보다 가격이 높다고 생각할 때를 상장 시점으로 정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중동 지역의 정정불안으로 인해 원유는 약간 다를 수 있고 귀금속도 통화로서의 측면 때문에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영국 더 타임스는 2008년 볼튼을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과 함께 ‘투자 현인 10인’으로 선정했다. 사람들이 그의 이름 앞에 투자 대가라는 수식어를 다는 것은 28년간 연평균 19.5%의 수익률을 올리고 주가 평균을 밑도는 수익을 낸 해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지켜온 투자 핵심 원칙은 익히 알려진 대로다.

“개인 투자자의 경우 매매 타이밍을 포착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많은 사람이 언제 사고팔지를 자기가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주식이 쌀 때 사고 비쌀 때 파는 걸 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대부분은 반대로 한다. 무엇보다도 본인의 기질을 스스로 알고 있어야 한다. 피터 린치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의사들이 엉뚱하게 석유 회사에 투자하는 걸 본 적이 있다고...의사들이 투자했어야 하는 곳은 제약회사다. 제약업계에 대해 남보다 더 나은 지식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게 좋은 조언이다. 일이나 개인적인 공부를 통해 어떤 분야에 대해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은 이것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투자다.” (피터 린치는 미국에서 13년간 2700%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한, 피델리티가 키워낸 또 다른 스타 펀드매니저다.)

인터뷰 말미에 그의 취미인 작곡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활짝 웃었다. 그의 중국 사랑은 취미 생활에도 묻어났다. “자산 운용을 다시 하면서 시간도 많이 빼앗기고 읽어야 할 것도 많지만 여전히 작곡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 영어로 번역된 중국 전통 시집을 선물로 받았는데 이 시에 멜로디를 붙여보고 싶다.”